강원도 고성군은 대한민국의 최북단에 위치한 고장으로, 한반도의 동해안을 따라 자연과 문화, 역사, 그리고 즐거운 체험이 어우러진 풍성한 여행지를 품고 있다. 단순한 휴양지나 해수욕장으로만 알려지기엔 이곳은 너무 깊고 넓다. 고성은 오래된 문화유산, 절경의 자연경관, 신나는 액티비티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고성군을 문화, 관광, 레포츠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1. 문화 – 분단과 평화의 기억, 고성의 역사
고성은 한반도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온 땅이다. 자연만큼이나 굴곡진 역사가 고성 곳곳에 새겨져 있다.
먼저, 통일전망대는 고성을 대표하는 문화‧역사 관광지다. 이곳은 군사분계선과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맑은 날이면 북측의 금강산, 해금강, 감호까지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내부에는 DMZ 역사관과 전쟁 체험관, 다양한 평화 메시지를 담은 전시물이 마련돼 있어, 단순한 관람을 넘어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는 김일성 별장은 근현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장소다. 북한 지도자의 과거 별장이 현재는 전시관으로 운영되며, 당시의 생활 양식과 정치적 상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근처에는 이승만 별장, 이기붕 별장도 함께 자리해 있어 1950년대 정치사 전반을 입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
역사와 함께한 문화 공간 외에도, 고성군 간성읍에는 조선시대의 간성읍성이 남아 있다. 비록 성곽의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남은 일부와 복원된 구역을 통해 지역 방어의 흔적을 엿볼 수 있으며, 간성향교나 고택도 곳곳에 남아 전통의 숨결을 전한다.



2. 관광 – 푸른 바다와 고요한 호수, 청정 자연 속을 걷다
문화유산이 깊이를 준다면, 고성의 관광지는 넓은 품으로 여행자를 감싼다. 고성의 바다, 호수, 산은 소란스러움 없이 말없이 위로를 건넨다.
대표적인 자연 관광지는 단연 화진포다. 화진포는 바다와 호수가 공존하는 독특한 지형으로, 수려한 풍경 덕분에 ‘동해의 진주’라 불린다. 호수 주변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호숫가에 비친 나무 그림자와 부드러운 바람이 오감을 어루만진다.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해, 겨울이면 수많은 철새들이 이곳을 찾는다.
송지호 해수욕장은 바다와 호수가 나란히 있는 또 다른 명소다. 넓고 고운 백사장, 청정 수질, 낮은 수심 덕분에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다. 송지호 위에는 관망타워가 설치돼 있어 호수와 바다, 주변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청간정은 조선시대 문인들이 시를 읊으며 즐기던 정자로, 정자에 오르면 동해의 너른 수평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곳은 고성의 조용한 정취를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이며,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아야진 해변은 작고 조용하지만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로 커플이나 사진작가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다. 해변을 따라 펼쳐진 노란 방파제, 드문드문 자리한 소박한 카페들, 투명한 바닷물은 마치 어느 외국의 작은 어촌마을 같은 느낌을 준다.



3. 레포츠 – 모험과 여유, 두 가지를 모두 품은 바다
조용하고 정적인 자연에만 머무를 필요는 없다. 고성은 동해안 최고의 레포츠 환경을 갖춘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여름철이면 다양한 해양 스포츠와 체험 활동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서핑은 고성 해변에서 최근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 중 하나다. 특히 봉수대 해변과 거진 해변 일대에서는 초보자부터 중급자까지 다양한 레벨의 서핑이 가능하다. 강원도의 다른 해변보다 파도가 부드럽고, 인파가 많지 않아 쾌적한 서핑 환경을 자랑한다.
카약, 패들보드(SUP) 체험은 화진포와 송지호에서 가능하다. 고요한 호수 위를 천천히 떠다니며 즐기는 카약 체험은 가족 여행객이나 커플에게 추천할 만하다. 해변 근처에는 장비 대여소와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접근성도 좋다.
또한, 해양낚시도 고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길 거리다. 거진항과 대진항 일대에서는 선상낚시 체험이 활발하게 운영되며, 계절마다 도루묵, 오징어, 고등어 등 다양한 어종을 잡을 수 있다. 바다에서 직접 잡은 해산물로 간단한 요리를 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트레킹 코스도 추천된다. 고성은 설악산 북쪽 능선과 이어지는 백두대간 코스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어, 산과 바다를 동시에 품은 트레킹 경험이 가능하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과 바다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